첫 닭볶음탕 결과는..?

백만 년 만에 요리를 했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배달음식의 노예였는데 이렇게 살다가 곧 죽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12시 다 되어가는데 잠옷입고 흐느적흐느적 거리며 마트로 향해 홍 감자 2개, 대파 한 단, 양파 2개, 절단된 닭 한 마리, 다진 마늘, 음식물 쓰레기봉투 한 묶음, 청양고추를 사 왔다.
기본 소스가 될 재료들은 이미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닭볶음탕에 필요한 재료들만 골라 사올 수 있었다.
13000원 정도 나왔나?
재료를 한 번에 다 쓸 것도 아니고 최소 배달요금 15000원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매일 해먹으면 엥겔지수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텐데 배달음식 가격 책정은 배달비와 요리에 투자하는 시간에 대한 값이라 생각하니 납득이 간다.
정한 메뉴는 닭볶음탕.
닭만 익인 상태로 기존에 완성되어 있는 소스를 들이부어 만든 경험 한번을 제외하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영상은 유튜버 밥상차려주는남자의 닭볶음탕 레시피를 참고했다.
보통 백종원 레시피를 많이 보겠지만 같이 사는 친동생이 요리해줄 때마다 백종원 레시피를 쓰길래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참고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H3T-t-pt5gQ

(SUB)닭볶음탕 돈주고 사지말고 만드세요!! 홍탁집 만큼 맛있는 닭볶음탕 레시피 - 밥상차려주는남자

썸네일만 봐도 너무 맛깔난다.

장 봐와서 요리하려는데 부엌이 난리다.
밀린 설거지와 아무렇게 널브러진 배달음식들 치우는데 시간이 꽤 걸렸던 거 같다.
어느 정도 정리된 후 잡내 잡기위해 닭을 먼저 데치고 소스도 만들고 재료들도 손질하고~
요리과정은 촬영하지 않았다.
잘 찍을 자신도 없고 첫시도라 맛있게 만들 자신도 없었다.
또한 처음 요리해보는 애송이 블로그를 보고 요리를 따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깔쌈하게 완성본만 찍었다.

보기엔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Not bad~
맛도 뭐..
닭도 맛잇고 양념도 맛있긴 했지만 물 조절을 잘못했는지 소스 양 조절을 잘못했는지 슴슴했다.
잘 보면 원래 닭볶음탕이 국물이 자작해야하는데 내가 만든건 닭볶음탕보다 닭볶음국에 가까웠다.

실험대상은 동생이다.
둘이 조용히 앉아서 밥을 먹는데 아무리 먹어도 백숙 먹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맛있다는 말이 없는 고요한 점심식사..
내가 계속 뭘 잘못했나 혼잣말을 반복하니 그제야 동생이 맛있다고 한마디 해줬다.
아 맛있다는 말 전에 건강한 맛이라고도 해줬다.
하지만 나도 안다. 맛이 없다.. 無맛..
그래도 실험대상은 끝까지 잘 먹어주었다.

난 원래 먹는 속도가 느리고 남은건 맛있게 먹고 싶다는 마음에 동생이 다 먹고 남은 닭볶음탕을 다시 조리대에 올려 물과 소스를 보충한 뒤 다시 끓였다. 결과는..!

그래.. 내가 생각했던 맛은 이거였다고 ㅜㅜ
성공적인 요리를 했다는 기쁨에 맛있다는 외마디 비명을 외쳤다.
실험대상이 다가와 한입 먹어보더니 자기는 아무 맛도 없는 닭으로 배 채웠다며 투덜 됐다.
아니 아까 맛있다며..ㅠ_ㅠ..........

아무튼 다시 조린 닭볶음탕을 먹고 한 삼분의 일 정도 남아 저녁으로 다시 먹을 생각이다.
이야기가 길었지만 결론은 이렇다.

해먹은 요리는 동생이 하는 게 낫다.

아 결론이 하나 더 있다.
따라한 영상 제목이 돈주고 사지말고 만들어 먹어도 맛있는 닭볶음탕이지만 내 기준에서는..

닭볶음탕은 사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