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 상태가 평소 같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으슬으슬하니 오한이 느껴졌고 뼈 마디마디가 쑤시기 시작했다.
이불 밖으로 내놓는 몸 부위마다 닭살이 돋는 바람에 꼼짝없이 침대 신세를 지고 말았다.
저녁에 약속이 있었는데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약속 시간은 오후 8시니 몸 상태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골골거리고 있는 날 동생이 보고 오후 2,3시쯤 갑자기 나가더니 테라플루라는 레몬맛 약을 따뜻한 물에 타서 주면서 효과가 좋고 맛있다며 마시라고 줬다.
원래 타이레놀도 잘 안먹을 정도로 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서 웬만하면 걸린 병에 대한 저항력도 키울 겸 미련하게 버티는 편인데 이번 약은 동생이 굳이 나 때문에 사 왔다는 고마움과 맛있다는 말에 먹었다. 레몬맛은 먹어야지..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조금씩 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약의 힘으로 침대를 박차고 나와 어질러진 집 청소를 하니까 동생이 약의 효과에 대해 다시 한번 놀라워 했다.
나 역시 놀라웠고 몸이 영 안좋을 때 약의 힘을 빌릴 의향이 생겼다.
눈에 띄게 괜찮아진 몸을 이끌고 약속했던 친구를 만났다.
미리 케이크 두조각을 사 온 뒤 친구 집 냉장고에 넣어두고 닭갈비를 먹은 후 산책을 꽤 오랫동안 했다.
같이 산책하면서 나이가 반오십이 넘어가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시작으로 산책 내내 마치 아줌마들처럼 떠들어댔다.
그러다 다시 몸에 에너지가 급격하게 빠져나가는게 느껴지면서 약발이 다했구나 싶었다.
바로 친구랑 집으로 들어와서 동생이 혹시 모르니 하나 더 챙겨가라고 했던 테라플루를 타 먹고 도저히 케이크를 먹을 자신이 없어서 내일 먹기로 하고 12시 전에 일찍 잠들었다.
잠은 9시쯤 깬거 같다.
몸도 많이 나아졌고 굉장히 잘 자고 일어났다.
자칭 불면증이라는 친구(집에 놀러갈 때마다 불면증이라는데 항상 나보다 잘잔다) 또한 회사도 안가고 잠도 푹 잤다면서 신나 했고 같이 침대 위에서 한 시간 정도 뒹굴거리다 어제 못 먹었던 케이크를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뻔했다.
빌리엔젤에서 산 프레쉬 스트로베리 케이크와 애플 시나몬 케이크였는데 둘 다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딸기 케이크가 입에 더 맞았다.
먹고 다시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데 아직도 몸이 좀 안 좋은 거 같아서 친구한테 혹시 체온계가 있냐고 물어봤다.
원래 집에 체온기를 다 두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마침 친구가 있다며 접촉으로 온도를 재는 체온기를 가지고 왔다.
점액으로 온도 재는게 정확하다며 혀 아래에 체온기를 두고 기다리면 온도가 점점 올라간다길래 두고 봤더니 한 36도까지는 빠르게 올라가다가 그 후로는 천천히 0.1도씩 체온이 올라갔다.
설마 37.5도가 넘을까하면서 보던 체온은 37.9도를 찍었고 친구와 같이 바로 가장 가까운 코로나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걸어서 15분이라 천천히 걸어가는데 중간중간 복통이 너무 심해 4,5번 정도 주저앉았다.
착한 친구는 아픈 나를 다 받아줬고 둘이 나란히 진료소에서 문진표를 작성한 뒤 생애 첫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인터넷에서 봐왔던 후기만큼 아프진 않았고 결과는 내일 오전에 나온다고 했다.
검사 받고 친구에게 결과는 오면 바로 알려주겠다고 전한 뒤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후 증상은 점점 악화되어만 갔다.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가진 복통이 일정한 간격으로 찾아왔고 오한으로 인해 공기만 닿으면 올라오는 닭살과 자도 자도 졸린 피로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또한 테라플루를 먹고 잠들면 입고 있던 옷 전체가 물에 넣었다 꺼낸 것처럼 땀으로 범벅이 된 것으로 모자라 이불과 매트커버도 모두 땀으로 젖어있었다.
약의 특성인지 발열로 몸에 열감이 많아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건지는 아직 모른다.
이러한 상태에서 저녁이 되니 두통과 어지럼증, 열감이 추가가 되었다.
인터넷에 본 코로나 증상단계와 얼추 맞길래 그래.. 코로나인가보다.. 어떡하지라는 마음으로 포기하고 있었는데 동생과 나 스스로 몸의 상태를 지켜본 결과 장염 혹은 식중독에 증상이 더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의 새벽 2시가 되어가는 지금은 집에 있는 동안 몸에 쏟아부은 테라플루와 타이레놀(타이레놀도 두통이 있다는 말에 동생이 사 왔다) 덕분인지 현재 증상은 어지러움과 약간의 복통이 전부이다.
결과가 빨리 나와야할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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